경험의 멸종
2월 5, 2026
저자(Author) : 크리스틴 로젠 Christine Rosen





▩ 개 요
‘크리스틴 로젠(Christine Rosen)’의 저서 ‘경험의 멸종(The Extinction of Experience)’은 디지털 기술의 범람 속에서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인간적 경험’의 실체를 해부하고, 그 위험성을 경고하는 인문사회 비평서입니다.

▩ 주 제
1. 연결의 역설: 더 많이 연결될수록 고립되는 감각
저자는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가 제공하는 ‘초연결’이 역설적으로 우리의 직접적인 감각과 현실 참여를 방해한다고 주장합니다. 과거에 우리는 오감을 통해 세상을 직접 마주하며 ‘경험’을 쌓았지만, 이제는 스크린이라는 얇은 막을 통해 정제된 정보만을 수용합니다. 로젠은 이를 ‘매개된 삶’이라고 부르며, 우리가 세상과 직접 충돌하며 느끼던 날것의 감각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음을 지적합니다.
사람들은 더 많은 소식을 접하지만, 정작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의 눈을 맞추거나 거리의 소음, 계절의 냄새를 맡는 ‘현존(Presence)’의 능력을 상실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는 가장 기초적인 방식인 ‘직접 경험’을 멸종 위기로 몰아넣습니다.
2. 효율성의 함정: 기다림과 지루함의 상실
디지털 기술의 핵심은 ‘효율성’과 ‘편리함’입니다. 우리는 클릭 한 번으로 음식을 주문하고, 검색 한 번으로 정보를 얻습니다. 하지만 로젠은 이 과정에서 사라진 ‘중간 단계’에 주목합니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 길을 찾기 위해 지도를 살피며 헤매는 시간, 혹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지루함’의 시간은 단순한 낭비가 아닙니다. 저자는 이러한 비효율적인 순간들이 인간의 인내심, 창의성, 그리고 자기 성찰을 가능하게 했던 핵심적인 경험이었다고 말합니다. 기술이 모든 마찰을 제거해 버린 ‘매끄러운 세상’에서 인간은 깊이 생각하는 법을 잊고, 즉각적인 자극에만 반응하는 수동적인 존재로 전락합니다.
3. 신체성의 퇴화: 손가락 끝으로 축소된 세계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점 중 하나는 ‘신체성’에 대한 분석입니다. 인간은 도구를 만들고, 흙을 만지고, 악기를 연주하며 신체를 통해 지능을 확장해 왔습니다. 그러나 현대인의 신체 활동은 스크린을 스와이프하거나 타이핑하는 ‘손가락 끝’의 움직임으로 축소되었습니다.
물리적 실체가 없는 가상 세계에서의 활동은 우리의 뇌에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합니다. 직접 종이책을 넘기며 읽는 것과 태블릿으로 읽는 것의 인지적 차이, 직접 요리하는 것과 배달 음식을 먹는 것의 정서적 차이는 매우 큽니다. 신체적 개입이 배제된 경험은 기억의 깊이를 얕게 만들고, 우리를 현실 세계로부터 부유하게 만듭니다.
4. 관계의 빈곤: 알고리즘이 대체한 우연
로젠은 인간관계의 질적 저하에 대해서도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데이팅 앱이나 소셜 미디어 알고리즘은 우리에게 ‘취향이 비슷한’ 사람만을 매칭해 줍니다. 이는 갈등을 줄여주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타자와의 진정한 만남을 방해합니다.
진정한 인간관계는 나와 다른 존재와 부딪히고,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불편한 과정을 동반합니다. 하지만 알고리즘은 이러한 ‘우연한 만남’과 ‘불편한 공존’을 제거합니다. 우리는 자신만의 ‘에코 챔버(메아리 방)’에 갇혀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을 잃어가고 있으며, 이는 공동체의 해체로 이어집니다.

▩ 결 론 (어떻게 경험을 되찾을 것인가?)
『경험의 멸종』은 기술 혐오주의를 주장하는 책이 아닙니다. 대신 기술이 우리 삶의 주인이 된 현재의 설계 방식에 의문을 던집니다. 크리스틴 로젠은 우리가 의도적으로 ‘기술과 거리를 두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 스마트폰 없이 산책하기
- 손으로 직접 글씨 쓰기
- 효율적이지 않더라도 직접 사람을 만나 대화하기
- 지루함을 견디며 내면을 응시하기
결국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인간답다는 것의 본질’입니다. 그것은 효율성이나 데이터로 환산할 수 없는, 때로는 고통스럽고 때로는 지루한 ‘직접적인 체험’들의 총합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우리에게 편리함이라는 달콤한 유혹 뒤에 숨겨진 인간성의 상실을 직시하고, 지금이라도 손을 뻗어 현실의 촉감을 다시 감각하라고 촉구합니다.

▩ Contents <<< [경험의 멸종]
1장 직접 경험의 내리막
- 육체 없이 경험할 수 있다는 착각
- 날씨 앱 뒤에는 기상학자가 없다
- 마케팅이 된 경험
- “너 자신을 보여라”
2장 대면 상호작용의 필요성
- 얼굴이 가지는 힘
- 상호작용 능력의 소멸
- 투명 인간들의 사회
- 인간을 대체한 기계
- 친구를 만나지 않는 10대들
- 직관을 방해하는 기술
- 우리, 물리적 존재
3장 손으로 써야만 배울 수 있는 것
- 손 글씨의 나비 효과
- 물성의 힘
- 그림 그리기의 쇠퇴
- 만지고 느끼고 소비하고
- 어린이들의 학습에는 사람이 필요하다
- 육체성의 소멸 앞에서
4장 기다림과 지루함의 기능
- 디즈니월드에서 배운 줄 서기의 논리
- 성급하게 화가 난 사람들
- 지루함을 없앤 대가
- 인내의 열매
- 회전 극장에서
5장 감정 길들이기
- 인간이라는 감정적 존재
- 우리 내부의, 숨겨진, 우리 자신
- 여섯 번째 감각
- 감정 아웃소싱의 결과
6장 기술로 매개된 쾌락
- 데이터로 축소된 쾌락
- 기록되기 위한 여행과 픽셀화된 예술
- 포르노로 대체된 섹스
- 미식 없는 식사, 현장 없는 경기
- 다시 도래한 쾌락주의
- 사진 안에 박제된 경험
- 대체 불가능한 쾌락
7장 소멸하는 장소, 개인화된 공간
- 장소가 뿌리뽑힌 사회
- 공간의 규칙
- 연결되지 않은 사람들
- 우리는 같이 있지 않다
- 우리가 서 있는 곳은 어딘가
▩ 인용글(Quoted Passage) <<< [경험의 멸종]
▶ 인간관계의 위기
크리스틴 로젠이 『경험의 멸종』에서 경고하는 ‘인간관계의 위기’는 단순히 대화가 줄어든다는 수준을 넘어, 인간이 사회적 존재로서 맺어온 ‘관계의 질적 구조’ 자체가 무너지고 있다는 점에 집중합니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관점에서 인간관계의 변화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1. ‘마찰’이 거세된 관계의 취약성
로젠은 진정한 관계에는 반드시 ‘마찰(Friction)’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 디지털 관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차단’하거나 ‘언팔로우’하면 그만입니다. 갈등을 직면할 필요가 없는 매끄러운 소통입니다.
- 현실의 관계: 싫어도 마주쳐야 하고, 오해를 풀기 위해 구차하게 설명해야 하며, 서로의 결함을 견뎌내야 합니다.
로젠은 이러한 ‘불편한 과정(마찰)’이 오히려 사람을 성숙하게 만들고 관계를 단단하게 만든다고 말합니다. 기술이 이 마찰을 제거해버림으로써, 현대인은 작은 갈등조차 견디지 못하는 ‘유리 멘탈’ 식의 취약한 관계만을 맺게 되었습니다.
2. ‘비언어적 신호’의 상실과 공감의 멸종
인간의 의사소통에서 언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생각보다 낮습니다. 표정, 목소리의 떨림, 몸짓, 심지어 침묵의 농도까지가 모두 대화의 일부입니다.
- 데이터화된 관계: 텍스트와 이모티콘은 복잡한 인간의 감정을 단순한 데이터로 치환합니다. 상대방의 미묘한 감정 변화를 감각적으로 읽어낼 기회가 사라집니다.
- 공감 능력의 퇴화: 직접 얼굴을 맞대고 상대의 고통이나 기쁨을 물리적으로 감각하지 못하면서, 우리의 뇌는 타인을 ‘인격체’가 아닌 ‘스크린 속의 이미지’로 인식하기 시작합니다. 이는 타인에 대한 냉소와 혐오가 온라인에서 더 쉽게 폭발하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3. ‘우연한 만남’의 통제와 에코 챔버
과거의 인간관계는 학교, 직장, 동네라는 물리적 공간에서 ‘우연히’ 섞이며 발생했습니다. 나와 전혀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과도 이웃이라는 이유로 대화해야 했습니다.
- 알고리즘의 필터링: 현재의 관계는 취향과 정치적 성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만 묶어주는 알고리즘에 의해 설계됩니다.
- 확증 편향의 심화: 비슷한 생각만 주고받는 ‘에코 챔버(메아리 방)’ 효과로 인해, 나와 다른 타인을 ‘틀린 존재’가 아닌 ‘이해 불가능한 괴물’로 보게 됩니다. 로젠은 이것이 민주주의와 공동체의 근간을 흔드는 가장 위험한 지점이라고 지적합니다.
▷ 로젠이 제안하는 ‘인간관계 회복법’
로젠은 다시 ‘비효율적인 관계’로 돌아갈 것을 권합니다.
- 효율적인 단체 카톡방 공지 대신 직접 만나서 안부 묻기
- 갈등이 생겼을 때 문자가 아닌 목소리로 대화하기
- 알고리즘이 추천하지 않는 낯선 공간과 커뮤니티에 자신을 노출하기
이런 비효율적인 활동들이야말로 사라져가는 ‘인간적 경험’을 되살리고, 우리를 다시 사회적 존재로 연결해 줄 것이라는 것이 그녀의 핵심 메시지입니다.

우리가 의도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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